상담제목 조용한ADHD
이름 K 구분  ADHD
상담내용 안녕하세요. 오랫동안 이 문제 때문에 끙끙 앓아오다가 제 증상이 우연히 인터넷에서 보게된 조용한ADHD 증상과 매우 흡사해서 알아보던중 찾아오게 되었습니다.

제 소개부터 하자면 저는 올해 고등학교 2학년 올라가는 남학생입니다.

언제부터인가 학업에 몰두할 수가 없어졌습니다. 일단 제일 큰 문제는 집중력 저하로 인한 학업 성적 부진입니다. 너무 고통스럽더라구요. 아무리 눈앞에 문제집에만 집중을 하고 싶어도 제 의지와는 무관하게 떠오르는 잡념과 공상에 답답하고 힘이 듭니다. 지역 내에서 알아주는 고등학교에 입학하게 되면서, 비록 남들보다 뒤쳐지는 상황에서 입학하긴 했어도 열심히해서 성적을 올려보고자 했지만 이놈의 주의력 결핍으로 인해 무산되어버린 것만 같아 너무 속상하고 허탈감도 듭니다.

그렇다고 제가 원래 이런 녀석이었냐면 그건 절대 아니거든요. 어렸을 때부터 집중력 하나는 정말 좋은 편이었고. 수업 중에도 눈으로 항상 선생님을 쫓으면서 시간가는줄 모르고 수업에 집중했어요. 다만 중학교 때까지는 제가 공부에 그닥 흥미가 없어서 공부를 안했다 뿐이지, 가끔씩 마음잡고 공부할 때면 정말 딱 공부에만 몰두할 수 있었습니다. 책읽는걸 좋아해서 책을 한번 읽으면 끝까지 다 읽을 때까지 시간가는 줄도 모르게 완독했구요. 다 읽고나면 느껴지는 여운도 굉장히 오래가고 한동안 책에서 받은 감명에 마음이 계속 찡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달라요. 책을 읽어도 글자만 읽히고 정작 읽는 내용이 머릿속에 연상이 되지 않고 정리가 안됩니다. 계속 멍한채로 눈으로 글씨는 쫓고 있는데 내용 이해나 흐름을 파악하는 능력이 예전에 비해 현저히 떨어졌습니다. 뭔가 머리도 꽉 막힌듯 답답하고 멍~하구요. 무엇보다 책을 읽고난 후의 감흥이 크게 떨어졌습니다. 인지 능력이 떨어진건지 등장인물들의 행동에 대한 공감이나 연민도 잘 못느낍니다.

고등학교 내신 대비는 학교 교과목에 충실하는 것부터 시작하는데, 수업에 집중을 못하겠으니 미치고 팔짝 뛸 노릇입니다. 아무리 눈에 불을 켜고 주의깊게 수업을 들어보려고 해도 이내 머릿속에 온갖 잡념과 공상의 나래가 펼쳐지면서 수업 내용이 전혀 귀에 들어오지 않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보기엔 우스운 소리로밖에 안들리겠죠. 그런데 정말 이게 제 마음대로 조절이 안됩니다. 저도 몇번이고 제 의지 부족으로 여기고 이 악물고 열심히 해보려고 했어요. 하지만 그럴수록 찾아오는건 저 스스로에 대한 자책과 허탈감 뿐이었죠. 이 조용한ADHD라는게 전두엽의 기능 문제에서 오는 질환이라면서요? 저도 처음에는 몰랐다가 이 사실을 알게되니까 그제서야 수긍이 가더라구요. 아! 지금 내 뇌에 기능적인 문제가 생겼군. 이건 의지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라구요.

수업 때 맨 앞자리에 앉아서 선생님만 응시하면서 50분을 다 보내도, 정작 수업 시간에 뭘 배웠는지 모르겠습니다. 기억이 안나고, 떠오르는게 없고, 남는게 없어요. 머리도 꽉 막힌 느낌이라 생각한 수업 내용이나 요점을 서로 결합시키면서 정리하는데도 많은 어려움을 겪구요.

항상 마음 속으로 스케줄이나 게획을 세워두지만 자꾸 뒤로 미루거나 실패하게 되는 경우 또한 빈번합니다. 자기주도학습을 할 때도 항상 처음 목표잡아놓은 분량을 다 끝내지 못하구요. 다른 애들이 30분이면 할 내용을 저는 1시간, 1시간 30분 이상을 투자해야 합니다. 굉장히 손해보는 일이죠.

제가 글 초반에 인지 능력이 떨어진 것 같다고 했는데요. 실제로 제가 조용한ADHD 증상이 나타나기 전에는, 굉장히 감수성이 많은 편이었습니다. 다른 사람의 불행을 보면 너무 마음이 아프고, 도와주고 싶고, 또 외부의 자극에 흥분도 잘하고 많은 사람들 앞에서 발표하는 순간이 오면 굉장히 잘 떨기도 하고 그랬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아니에요. 아예 감정 자체가 많이 둔화되어서 분노의 감정도 잘 안생기고, 그렇다고 즐겁고 기쁜 감정도 잘 못느끼겠습니다. 친구들이랑 어울리면서 같이 웃고 떠들기는 하지만 그 와중에도 제 머릿속은 계속 멍한 상태이고, 제가 정말로 행복하고 재밌어서 마음 속에서부터 우러나오는 기쁨의 웃음이 아니라, 그냥 이유없이 짓게되는 웃음같거든요.

그리고 제가 예전에는 굉장히 말을 잘했습니다. 주위에서 말을 정말 잘한다는 얘기도 자주 들었고, 친구들이 연설가를 해도 되겠다고 치켜세워줄 정도로 제가 생각해도 그 나이 또래 애들에 비해 언변 구사력이 많이 뛰어난 편이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말더듬 증상도 생겨났구요. 해야할 말들이 머릿속에서 금방금방 떠오르질 않으니 대화의 흐름도 일정하지가 않고 끊기기 일쑤입니다. 생각을 정리하는 능력이 이전에 비해 다소 떨어졌고, 인과관계를 따져가며 긴 스토리를 말해야하는 경우에는 허둥대다가 때때로 저 스스로도 지금 제가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건지 모르겠다는 공황에 빠지기도 합니다.

다른 사람 이야기에 경청을 하는데도 어려움을 겪습니다. 이게 수업 중에도 나타나니까 자꾸 못듣고 흘리다가 뒤에가서 딴소리 하는 경우가 생기는거구요. 증상이 나타나기 전에 비해 이해력도 떨어져 말귀도 잘 알아듣지 못합니다. 선생님을 찾아가서 모르는 문제를 물어봐놓고 정작 선생님께서 답변해주실 때는 고개는 끄덕이지만 계속 머릿속은 붕붕거리는 상태구요. 이야기의 흐름을 잘 못쫓아가 남들이 전혀 이해못할 엉뚱한 질문을 하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한번은 저희 과외선생님이 그러시더라구요. 다른 애들이 질문하는건 아무리 뚱딴지같은 질문이라도 해도 얘가 왜 이런 질문을 하는지 이해가 가는데, 너가 하는 질문은 얘가 왜 이런 생각을 하는지 도무지 이해가 안된다고요.

다만 저같은 경우는 온라인에 나와있는 조용한ADHD 증상과는 다르게 학교에서 친구들과의 교우관계는 매우 좋은 편입니다. 이건 어렸을 때도 그랬구요. 친구들과 선생님 사이에서도 바르고 착한 아이로 평가받습니다. 대인관계에 있어서는 전혀 문제될게 없습니다. 부모님이 조금 자주 싸우시는 편이기는 하지만 그정도로 정신 질환이 생길 정도까지는 아니구요. 그렇다고 어렸을 때 큰 정신적 충격을 받은 적도 없습니다.

저도 뭐가 원인이 무엇인지를 잘 모르겠습니다. 제가 듣기로 후천적으로 생겨난 조용한ADHD는 특별한 이유없이 간혹가다 발병하는 경우가 있다고 들은 기억이 나기는 하는데 확실치는 않네요. 아무래도 이 부분에 있어서는 전문 원장님께서 더 잘 아시는 부분이겠죠. 다만 한가지 분명한건 원인이 무엇이든지간에 꼭 치료에 성공해서 예전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것입니다.

제 소원은 단 한번만이라도, 다시 맑은 정신으로 수업에 푹 빠져보는겁니다. 사실 이제는 더이상 맑은 정신이라는게 어떤건지도 잘 기억이 안나네요. 지금 글을 쓰고 있는 순간에도 제 머릿속은 멍하고 꽉 막힌듯 답답한 느낌입니다.

제가 맨~ 처음 이런 증상을 느꼈던건 중학교 2학년 11월 무렵이었어요. 당시 컴퓨터로 워드를 치다가 생전 처음 느껴보는 머리가 꽉 막혀오면서 멍해지는걸 처음 느꼈구요. 그러다가 한숨 자고 아침에 일어나니까 말끔하게 증상이 사라졌습니다. 그후로는 별다른 증상을 딱히 못느꼈구요. 그러다가 중학교 3학년 하반기 때 제가 유독 과학 시간에만 집중을 잘 못하고 공상에 빠지게 되었는데, 아마 이때는 제가 심각성도 못느꼈고 인지 자체를 못했던 것 같네요.

본격적으로 공부해야할 양이 많아지고, 또 학습 수준 자체가 올라가는 고등학교 공부와 싸우게 되면서 자꾸 뭔가 제동이 걸리고 지체가 되면서부터 본격적으로 뭔가 이상한 낌새를 알아차리게 된 것 같습니다.

후. 정말 비참하네요. 열심히 공부하고 싶은 마음은 정말 굴뚝같고, 친구들처럼 미친듯이 공부하고 싶은데 정말 공부가 안됩니다. 누가보면 모순적인 행동이라며 비웃을지도 모르겠어요. 하지만 사실인걸요. 의자에 앉아 있는 시간은 긴데 멍하니 시간만 그냥 흘려보내는 것 같아 너무 고통스럽구요.

주위 사람들이 넌 항상 바른자세로 수업을 듣고 열심히 공부하는데 왜 성적이 안오르냐고 묻는 것도 더이상 듣기 싫구요. 무엇보다 앞으로 무언가를 해야겠다하는 의지 자체가 생성되지 않을 뿐더러 앞날에 대한 밝은 희망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제가 지금 조용한ADHD라고 추정하고 있는 이 증상의 제일 무서운 점이 절대로 자연 치유가 안된다는 점이에요. 점점 더 심해지면서 제 뇌를 잠식해가는 것만 같습니다. 처음에는 잠깐 머리만 멍하다가, 수업 중에 집중을 못하게되는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하더니, 말더듬 증상도 나타났고, 다른 사람이 말을 할 때 딴 생각을 하거나 이해하지 못하는 증상에, 이제는 아예 깨어있는 동안 거의 항상 머리가 멍한 상태인 지경까지 이르렀습니다.

도대체 치료하면 어디까지 나아질 수 있을까 걱정도 되구요. 과연 완치는 할 수 있을지 지끈지끈거립니다. 이미 치료시기는 놓친게 아닐까 싶기도 하구요.

무엇보다 부모님은 지금 이런 제 상태를 모르신다는 점이 마음에 걸립니다. 늘 늦게까지 공부하고, 주말에도 도서관에서 공부하고 오는 제가 돌연 이런 얘기를 하면 부모님 마음은 어떠실지. 조금 보수적이긴 하지만 평화롭고 정상적인 가정에서 자랐기에 이런 저의 얘기를 부모님이 어떻게 받아들이실지. 지금 이런 제 상태를 부모님께 어떻게 말씀드려야할지도 난감하구요.

정말 이놈의 조용한ADHD 때문에 너무 답답하고 고통스럽습니다. 이미 제 삶의 질은 과거에 비해 몇 단계나 떨어진 것 같아요. 다시 한번 말씀드리자면 저는 여지껏 단 한번도 이런 문제로 인해 골머리를 앓아본적이 없었구요. 이 증상이 일어난 후부터 점점 멍청이로 변해가고 있습니다. 조금 지나면 괜찮아질줄 알았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증상이 심해지는 느낌입니다.

이제 저는 고등학교 2학년에 올라가고, 다른 또래 친구들은 열심히 앞만 보고 달리고 있습니다. 이거 치료못하면 저는 정말 이대로 영원한 낙오자가 되버리고 말거에요. 치료는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할지, 시간은 얼마나 걸릴지, 과연 잘 이겨낼 수 있을지 걱정입니다. 이 증상만 나을 수 있다면 정말 무엇인들 못할까요?

원장님께서는 소아 뿐만 아니라 청소년도 치료를 하시나요? 제가 반드시 류한욱소아정신과에서 치료를 받는다고 장담은 못하겠지만, 그래도 꼭 도움을 받아보고 싶습니다. 저 치료받고 예전으로 돌아갈 가망은 있을까요? 지금 제 답답하고 고통스러운 심정이 원장님께 잘 전달되었으면 좋겠어요. 부탁드립니다. 도와주세요.
답변 학생이 알려주는 내용 잘 읽었습니다.
조용한 ADHD에 대해 알고 있다시피 집중력이 떨어지고 멍해지는 모습을 가질 때가 많습니다.

ADHD는 대개 초등학교 시절부터 증상이 있기 마련인데, 학생 같은 경우에는 중학교 2학년 때부터 증상이 있었다고 얘길 하는 것으로 보아 청소년 시기에 흔히 나타날 수 있는 불안감이나 우울감 등이 동반되어 나타나는 현상일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이러한 우울, 불안감 등이 ADHD 질환의 부수 증상으로 나타났는지, 아니면 청소년 우울불안 장애 인지의 감별이 필요합니다.

저희 병원에 방문해 주시면 진료 및 검사를 진행해 드릴 수 있을 것입니다. 감사합니다.